나의 혼을 앗아가는 것들 초등학교 어느 여름 방학 때였습니다. 서울의 형님 댁에 놀러왔던 저는 버스를 타고 서울역으로 가서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김포 공항으로 갔습니다. 즉 공항 구경을 간 것이지요. 거기에서 녹슨 철조망에 올라타고서는 이륙하는 큰 외국 항공사 비행기를 바라보았습니다. 이제 열 살 남짓 된 나에게 그 장면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. 그래, 나도 커서 외국을 마음껏 날아다녀야지.. 그 꿈은 이루어 졌습니다. 지금껏 전공인 신발 무역과 마라톤, 울트라 마라톤으로 저의 해외 구석구석 나들이는 아마 200번도 더 넘었을 것입니다. 우연찮게 접한 마라톤. 나도 마라톤을 완주 할 수 있을까? 물음에 대한 대답을 기다릴 사이도 없이 매일 매일 죽자! 하고 달리기를 했습니다. 달리기 이외의 모든 일들은 허접하고 시시해서 끼어들지를 못 했습니다. 그래서 국내 마라톤을 거의 섭렵하고, 보스톤을 포함한 해외 대회에 도 가고 더 나아가 100km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에 빠졌습니다. 소위 마라톤 완주기라고 올라오는 글들을 읽고 쓰기 시작했습니다.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한반도를 횡으로, 종으로 뛰는 울트라 마라토너들의 이야기는 제 가슴을 후벼놓았습니다. 나도 할 수 있을까? 해보자는 목표 설정도 없이 그냥 뛰기만 했습니다. 그러자니 어느 사이에 저도 대한민국 울트라 마라톤 그랜드 슬래머가 되어 이름 석자가 명예의 전당 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. 더불어 전공인 영어를 살려 세계 울트라 마라톤 연맹의 임원으로 내 조국과 세계의 울트라 마라톤 발전에 일익을 보탰습니다. 달리는 주자들에게 더 바라는 꿈이 무엇인지? 그것에 대한 생각이 일었습니 다. 원도 없이 한도 없이 끝없이 달려보고 싶은 욕망. 꿈이 있고 희망이 있으니 길도 나타났습니다. 세계울트라마라톤연맹의 회원국 순방 때 몽골의 대초원을 보고 무릎을 쳤습니다. 내가 지금껏 쌓아온 경험을 쏟아 부을 곳이 생긴 것 입니다. 해서 몽골국 울트라 마라톤연맹에 간청을 했습니다. 국토가 좁아 횡으로 종으로도 모자라 달팽이관처럼 한반도 구석을 뱅글뱅글 돌면서 뛰는 한국인을 위해 몽골의 대초원을 내놓아주세요. 그 꿈이 이루어졌습니다. 몽골 고비 울트라 마라톤 225km가 창설되어 금년이 6년차입니다. 자동차없이, 신호등없이, 인터넷없이 몽골의 대자연을 장장 2,500km 이동하면서 일주일동안 달리는 이 대회는 조금 특별합니다. 요리사를 대동하고 식수 공급이 무제한이며, 제한 시간이 없습니다. 각자의 능력에 맞게 각자가 자연을 느끼며 최대한 자기 치유에 전념할 수 있는, 아주 독특한 대회운용방식, 제가 꿈꾸던 이상이 이루어진 것입니다. 가도 가도 대초원 360도 지평선을 원없이 달리는 몽골고비 울트라 마라톤 225km ( 2018년 6월22일 부터 7월1일 까지 ), 이것 또한 제 혼을 앗아간 것 중 하나입니다. 다음에는 또 무엇이 제 혼을 앗아갈지요? 춘포 박복진 몽골고비울트라마라톤225k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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